이 글은 영화 '키핑 로지'에 관한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아침 6시 정각에 울리는 알람 시계. 침대에서 일어난 샬롯은 아침을 맞이하며 러닝머신 위에 오른다. 잘 꾸며진 집. 머리를 손질하고 옷을 골라 입은 그녀는 여유 있게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그녀의 회사로 출근한다. 평상시처럼 일하던 그녀의 직장에 육아휴직을 낸 직원이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왔다. 아이를 안아보던 그녀는 아이의 엄마에게 회사는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묻는다. 샬롯의 질문에 그녀는 해야 하긴 하는데 아이 때문에 그만둘까 한다고 말한다.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그녀의 말에 이유를 묻자 그녀의 남편, 톰의 승진 사실을 샬롯에게 알린다. 그러던 사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샬롯을 찾는 남자들. 그들은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며 그 책임을 모두 그녀에게 넘긴다.
그녀는 꾀나 성공한 캐리어를 가지고 지내왔다. 좋은 빌딩에 살며 사람들에게 꾀나 좋은 대우도 받으며 말이다. 그녀는 늘 같은 틀안에 자신을 가둬왔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으니 자신의 틀이 모두 무너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분노하는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그녀에게는 흔히 '되는 일이 없다'처럼 평소에는 있지 않은, 기분 나쁜 순간들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생기면 분노를 꾹꾹 누르며 자신의 안식처인 집으로 돌아오고는 하는데,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담배를 끔찍이도 싫어하던 그녀의 집안에서 그녀가 고용한 청소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면 그 분노를 터뜨릴 수 밖엔 없다. 분명히 자신은 갑이고 청소부는 을이기 때문에 그녀는 홧김에 청소부를 해고했다. 뒤늦게서야 자신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녀는 다시 가서 청소부를 붙잡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만, 오해로 인해 청소부의 머리를 가격하게 된다. 머리의 충격을 받은 청소부 마야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샬롯은 그녀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 두통약을 받아먹은 마야는 결국 쓰러지고 마는데, 정신을 잃은 그녀를 본 샬롯은 놀라 쓰러진 그녀를 바닥에 내버려 둔 채로 방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행동은 이해하기 조금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마야를 몇시간이나 방치해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한다. 경찰이나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못할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겁이 나기 때문에 그것까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마야가 쓰러지고 나서는 좌절하고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담담해진 얼굴로 마야를 침낭에 담아 차에 싣고 유기한다. 어떻게 그렇게 까지 담담해질 수 있는지 여기서부터 이질감은 계속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 낯선 차키가 눈에 들어온다. 마야의 차키였다. 증거인멸을 위해 차에 오른 샬롯은 그 안에 아기가 있는 것은 보고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 다시 차에서 내려 한참을 바라보다 결국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이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기저귀도 갈지 못해 지저분한 상태였다. 아이를 씻기고 집에 있는 밥을 먹이며 아이의 엄마처럼 굴기 시작한다. 아이를 데려왔던 건 그저 아이에 대한 동정심이었을지 아이의 엄마를 죽였다는 죄책감이었을지.
그러던 중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자 병원에도 데려갈 수 없던 샬롯은 자신이 여지껏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지냈던 홀 엄마 사라를 부르게 된다. 첫 대면에 사라는 샬롯에게 "이제 볼인사도 두 번씩 잘하네"라고 말한다. 여기서 샬롯은 남과의 접촉을 극히 꺼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틀에 박혀 있던 그녀는 자신의 집에 가족을 초대한 적이 없고 연락도 잘하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 외에는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늘 같은 패턴의 일상에 안정을 얻던 그녀였기 때문에 특별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녀에게 불안한 일이었다.
그녀가 동생을 자신의 집에 초대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범죄 사실이 찍힌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관리실로 찾아가게 되고 그녀는 잘 못하면 들어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누군가 공공시설을 파괴하고 다닌다고 말한다. 그 말에 당연히 관리인은 cctv를 돌려 볼 수밖에 없었고 수상한 상황이 발각되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어 그녀의 범죄는 발각된다. 그녀는 그 관리실에 자신의 범죄 행각이 찍힌 영상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아무도 없을 때를 틈타 관리실에 불을 지른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외로 관리인 로저는 이미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어버렸고 그가 자신의 집에 찾아왔고, 그녀가 로지라고 이름 지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은 보고선 마치 자신의 아이가 위험한 사람에게 안겨있다고 생각한 엄마처럼 샬롯은 당장에 아이를 안아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와 아이를 달래며 자신을 안정시킨다. 그녀는 연신 두려워하면서도 경찰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가 자신의 범죄행각이 담긴 영상을 가지고 자신을 협박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동생에게 몇 번이나 경고하고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로저에게 빠져버린 사라는 샬롯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그와 관계까지 맺는다. 그녀는 그 영상이 담긴 메모리 스틱을 가진 그에게 협박당한다. 차를 빼앗기고 퇴직금마저 빼앗기게 생긴 샬롯은 어떻게든 하기 위해 그에게 돈을 주고 메모리 스틱을 받아내지만, 하드디스크가 남아있다고 (관리실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로저가 관리실이 샬롯으로 인해 불에 타버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협박 거리 (메모리스틱)을 다시 되찾기 위해 샬롯의 집에 찾아가 사라를 때려 기절시키고 창밖으로 메모리 스틱을 던져버리려는 그녀를 붙잡아 테라스에서 몸 다툼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 로저가 말한다. 로지를 데려가겠다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해주지 않으면 아이를 팔아넘기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눈에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지가 비친다. 그녀는 로지를 보는 순간 생각이 굳혀진 듯, 로저를 붙잡고 튀어 내렸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고요했다. 경찰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관리인이 사라를 폭행하고 자신의 언니를 죽이려다 뛰어내린 사건에 대해 조사한다. 사라는 울먹이는 로지를 자신의 딸이라고 말한다.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왜 그렇게 샬롯이 아이에게 집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자신의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래부터 알고 있던 아이도 아니였다. 실수로 인해 자신이 고용한 마야를 살해하게 되었고 그날 마야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마야가 차에 아이를 두고 자신의 집을 청소하러 왔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우연히 만난 아이다.
이에 관해 3가지 정도의 가설을 세워보았다.
1. 샬롯은 자신의 오해로 죽어버린 마야에게 죄를 갚고자 아이를 지켰다.
샬롯은 직장 동료 톰의 아이를 안을 때도 떨떠름하고 뭔가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처음 안아보았으며 어쩌면 자신과 불륜관계에 있던(이건 작자의 생각이다.) 톰의 아이라 불편해 했을지도 모른다.
언뜻 샬롯을 보면 샬롯은 감정이 없는 사람인가?, 싸이코패스인가 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불안해하고 공포에 떠는 것을 보면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소시오패스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일반적인 감정을 가지는 사람이고 그녀는 자신이 홧김에 죽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오해하는 바람에 죽게 되어버린 마야에 대해 꾀나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죄책감에 아이마저 방치해 죽지 않도록 그렇게 매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샬롯이 아이에게 가지는 애정은 너무 각별했다. 아이를 안아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 자신의 앞만 보고 가족을 살필 줄 모르던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2년간 병치레를 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에게 죄책감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아이에게 애정을 갖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죽은 마야에게 미안함을 가지지만 처음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왔을 때 우는 아이를 샤워부스에 가두어두고 울음이 멈추기까지 기다리다 멈추지 않자 그제야 안아주며 언뜻 아이가 시끄럽게 울지 않게 챙기는 듯 보이나 시간이 지나며 아이를 챙기기 시작한다. 아이가 아프니 밤새 간호하기까지 하며 말이다. 가설대로 라면 처음부터 아이를 안아주며 애틋하게 키우려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져 결국은 포기했을 것이다.
2. 죄책감과 불안함에 자신이 아이의 엄마라고 혼동하고 있다.
초반에 그녀의 틀이 깨져나가면서 그녀는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불안해했다. 늘 있던 일이었지도 모르는 사소한 일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다보니 계속해서 불행하고 기분 나쁜 일이 겹쳐 일어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해고와 살해가 동시에 일어난 것은 큰 불행이긴 하지만,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냥 넘기고 잊어버릴 수 있던 사소한 일들에 상당한 불편을 표현했다. 아이를 데려온 것을 보았을 때 죄책감에 자신이 아이의 엄마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헌신적인 것이다. 사라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암에 걸린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죽게 되는 바람에 고아가 된 아이를 자신이 키우게 되었다고 거짓을 고한다. 그리고 옆집에 이사 오기로 한 할머니가 자신과 아이가 닮았다는 말을 했을 때 다른 엄마들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자신을 아이의 엄마라고 혼동했다면 사라에게 했던 거짓말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해야 맞다. 그녀는 자신이 마야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로저와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므로 이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3. 원래부터 사라의 딸이었다.
그동안 연락한번 한 적 없었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언니가 낳은 딸도 아닌 그저 입양한 아이를 어떻게 자신의 딸이라고 샬롯과 로저의 죽음을 조사하러 온 경찰에게 말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라는 로저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와 관계까지 맺었다. 샬롯이 그렇게 경고해도 듣지 않던 사라는 로저가 자신을 때려 기절시키고 언니인 샬롯을 죽였기 때문에 경찰에게 그와는 전혀 안면이 없는 사이이며 갑자기 쳐들어와 자신을 때리고 언니까지 죽였다고 말한 것일까. 이 가설은 애초에 좀 말이 되지 않는다. 그저 잠시 마지막 사라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의심해본 것뿐인 가설이다. 이미 영화 내에서 사라의 딸도 자신의 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처럼 몇 번이나 사라의 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은 자신의 앞날만 보며 주변으러 제쳐두고 살게 되면 정말 나중에 도움받을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어쩌면 여자는 본능적으로 아이에게 모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남자들은 모두 아이를 귀찮고 하찮은 존재라고 여긴다. 톰은 아이까지 생겼음에도 바람을 피워 자신의 욕망을 풀기를 바라고 로저는 아이를 협박하기 위한 존재, 5만 파운드에 팔아넘길 수 있는 존재였다. (오로지 작자 피셜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생긴 이 오묘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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