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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서 판다의 리뷰/📖책 펼침

[스포주의] '28' 그 이야기, 모두가 죽었어야만 했는가

by rulone 201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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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님의 '28'에 관한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책의 표지에는 허공에 물감이 휘날려 28 이라는 숫자를 그려내고 있다. 진한 파란색이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꼭 이것이 파란색 물감이 아닌 것 같았다. 정유정 작가는 표지에 아주 작게 무언가를 적어놓았는데,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 꿈의 나라를.
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재형이 다큐멘트를 찍으며 마지막에 했다는 말이었다.  '꿈꾼다' 라는 말과는 달리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적혀 있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없는 그곳에 인간인 자신은 가지 않겠다는 의미였을까. 생각 하면서도 현재의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들이 모든 생명 가장 상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성의 존재만으로 인간이 가장 우위에 서도 괜찮은 걸까? 책 안에서 던지는 수 많은 질문들은 너무나 날카로워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가장 첫 장면에서 재형이 아이디타로드('최후의 위대한 레이스'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개썰매 경주)에 참가해 자신의 썰매개인 마야의 아이들과 눈보라가 휘날리는 땅위를 달리다 늑대의 습격을 받아 겨우 자신의 목숨만 건져 돌아오게 된다. 그는 개와 유대가 깊었다. 16마리의 썰매개를 낳은 마야가 쓰러져 있는 그를 찾아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담긴 눈','조심스레 물어오는 눈'으로 그를 마주했다. 그리고 묻는다.

"대장, 내 아이들을 어쩄어?"

그는 '드림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말한 꿈의 나라 말이다. 그곳에서 쿠키, 스타와 함께 지내오는데, 스타는 입양에 대한 아픔이 있는 아이이고, 쿠키는 학대 중에 그가 구조해 온 아이였다. 그 외에도 재형과 동일 선상에서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늑대 개 링고는 투견으로 자라왔다. 이들이 재형이 말하는 꿈의 나라에 있었다면, 인간에 의해 투견으로 길러지지도 학대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생물이다. 자신들이 늘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에 자만해 다른 생명들을 하찮게 여기는 이기적인 생물. '붉은 눈' 이라는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인해 화양시가 인간에 의해 폐쇄된 후 그 안에 갇힌 인간들은 자신이 기르던 개를 거리에 유기하고 남에게 떠맡기는 등 비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화양시를 떠나려 하면 어김없이 군인들이 나타나 그들을 쏴죽였다. 군인들은 그가 있는 드림랜드까지 침입해 병에 걸린 개들을 사살하고 결국에는 시위대를 사살한다. 그 총구가 개에서 사람에게 옮기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8일. 대략 한 달간 일어난 사건이다. 군인들의 학살로 시민들이 연거푸 쓰러져 나갔고, 화양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밖에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 안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 이야기는 인물관계들이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다. 마치 진짜 인간 관계처럼 말이다. 재형은 자신의 과거를 폭로한 윤주를 싫어한다. 그리고 쿠키를 학대하고 드림랜드에 불을 질러 승아와 남은 개들을 죽인 동해에게 분노하며, 스타를 죽인 기준에게 또한 원한을 갖는다. 하지만 윤주는 재형이 자신의 폭로한 기상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기준에게는 재형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기준 또한 재형과 윤주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죽인 것이 개라는 사실 덕에 미치광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이 아닌 링고는 어떨까. 링고는 재형을 대장이라 생각하고, 스타와 함께 지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동해가 스타를 쿠키와 헷갈려 납치 후 치명상을 입힌다. 링고의 마음은 어땠을까. 링고는 그 이후로 동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타를 죽인 기준을 원망한다. 결국 링고는 동해를 물어뜯어 죽이고, 기준마저 죽이려 했으나 끝내 죽이지 못하고 자신이 대장이라 부르던 재형의 목을 물고는 총에 맞아 죽는다. 

이 책에 등장했던 모든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죽었다. 사살당하고 생매장 되었으며, 불에 타 죽고 흉기에 찔려 죽었다.
과연 인간은 그랬어도 됐느냐 묻고 싶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이유는 이성이 있고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링고의 시점을 읽다보면 도구를 사용하지 못할 지언정 인간보다도 더 깊은 감정 골을 보이고 이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인간이 가르쳐 놓은 '앉아', '기다려', '엎드려' 만 아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큰 감정을 가지고 있고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을 인간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학살하고 처참히 짓밟아버려도 되냐는 것이다. 
작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책 안에서의 군인들이 화양시민에게 했던 그 극악무도한 짓들. 그것이 꼭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하는 행동과 닮아보인다고 말이다.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한다. 
정말 인간이 모든 생명체 위에 상주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그 생명체 위에 상주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글을 마무리 할 때 쯤, 재형의 말이 무엇이지 알 것 같았다. 작자 또한 한 번쯤 꿈꾸는 꿈에 나라에는 가고 싶지 않다. 
인간이 그곳에 가게 되면 더 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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